이재명 대통령 캄보디아 외교 마찰 사건 개요
2026년 1월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물 하나가 한국과 캄보디아 양국 간 외교적 긴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행되는 온라인 스캠 범죄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아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빈말 같습니까? 대한민국은 한다면 합니다! 끝까지"라는 내용을 게시했습니다.
특히 이 게시물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캄보디아어인 크메르어로도 함께 작성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습니다. 이 대통령은 '캄보디아 현지 중국 범죄조직도 이제는 한국 경찰의 단속이 두려워 한국인 조직원을 모집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공유하면서 해당 경고문을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외국어로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경고성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곧바로 캄보디아 현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크메르어 번역 논란: '패가망신'에서 '재앙을 맞이할 것'으로
이 대통령의 게시물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부분은 바로 '패가망신'이라는 표현의 크메르어 번역이었습니다. 한국어의 '패가망신'은 '집안이 망하고 몸이 망한다'는 뜻으로, 개인이나 가문의 몰락을 의미하는 관용적 표현입니다. 그러나 이 표현이 크메르어로 번역되면서 "재앙을 맞이할 것" 또는 "파멸할 것"이라는 더욱 강경하고 위협적인 뉘앙스로 의역되었습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일국의 정상이 타국에 보내는 메시지치고는 지나치게 고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특히 캄보디아는 과거 식민 지배와 내전 등 아픈 역사적 경험이 있어, 외국 정부의 위협적인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킨 피아(Kin Phea) 캄보디아 왕립아카데미 국제관계연구소장은 "과거 일부 국가가 단속을 명분으로 전투기까지 동원해 영토를 침범했던 아픈 경험이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크메르어 경고는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캄보디아 정부의 반응과 대사 소환
캄보디아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SNS 게시물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캄보디아 외교부는 최근 부임한 김창룡 주캄보디아 대사를 불러들여 이 대통령이 왜 크메르어로 이런 경고성 글을 올렸는지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습니다. 이는 사실상 한국 측에 외교적 해명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캄보디아 최대 영자 일간지 크메르 타임스는 2월 1일(현지시각) "한국 대통령의 스캠 경고가 캄보디아 국민들의 분노를 촉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해당 게시물이 "캄보디아 전체를 범죄 집단의 소굴로 낙인찍었다"는 비판적 시각을 전달했습니다. 한 캄보디아 현지 언론인은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와 불법 자금 세탁 범죄를 저지르는 주체는 대부분 중국인들이고, 한국인들도 적지 않다"며 "왜 하필 경고문을 크메르어로 작성해 캄보디아 국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처럼 취급하느냐"고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의 해명: "초치가 아닌 통상적 소통"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진화에 나섰습니다. 외교부 측은 김창룡 주캄보디아 대사가 캄보디아 외교부에 '공식적으로 초치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외교 용어에서 '초치'란 상대국 외교관을 불러 공식 항의하거나 경고하는 것으로, 외교적으로 상당히 심각한 조치에 해당합니다.
외교부는 "SNS 게시글과 관련해 현지 당국과 입장을 교환하는 비공식 면담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양국은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수시로 협의해 오고 있는 바, 통상적인 소통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창룡 대사는 캄보디아 측의 질문에 대해 '범죄 집단이 영어나 한국어를 모를 테니 크메르어로 경고 메시지를 한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게시물 삭제 배경과 청와대 해명
캄보디아 측의 문의가 있은 후, 이재명 대통령의 엑스 계정에서 해당 게시물은 삭제되었습니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삭제 이유에 대해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의지가 충분히 홍보됐다고 판단하셔서 삭제한 걸로 짐작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면담과 게시글 삭제 조치가 현지 여론의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고, 양국 관계에 긴장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 정부의 항의 후 게시물을 삭제한 것이 대통령의 권위나 외교적 일관성 측면에서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메시지를 사후에 삭제하는 것이 외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범죄의 심각성
이번 외교 마찰의 배경에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 한국인 대상 온라인 범죄의 급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에는 연간 10~20건 수준이었으나, 2024년에는 220건, 2025년에는 8월까지만 330건으로 급증했습니다. 범죄 조직들이 한국인으로부터 높은 범죄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한국인을 주된 범죄 대상으로 삼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연도 |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 | 비고 |
| 2022~2023년 | 연간 10~20건 | 기준치 |
| 2024년 | 220건 | 급증 |
| 2025년 (8월까지) | 330건 | 역대 최고 |
주요 스캠 범죄 유형과 피해 규모
캄보디아에서 자행되는 한국인 대상 범죄는 주로 로맨스 스캠과 보이스피싱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6년 1월에는 캄보디아에서 스캠과 인질강도 등 범죄를 저지른 한국인 범죄 조직원 73명이 국내로 강제 송환되었습니다. 이들은 한국인 869명에게서 약 486억 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는 해외 범죄 피의자 국내 송환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 있습니다. 이 조직은 캄보디아 현지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사무실을 차린 뒤, 가상의 인물 '박가인'을 만들어 SNS를 통해 남성들과 호감을 쌓은 후 주식·가상자산 투자를 유도했습니다. 딥페이크로 얼굴을 합성한 영상과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해 화상채팅까지 진행하는 치밀함을 보였으며, 2024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104명을 속여 약 12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 범죄 조직 | 피해 규모 | 피해자 수 | 특징 |
| 역대 최대 송환 조직 | 486억 원 | 869명 | 73명 국내 송환 |
| 딥페이크 로맨스 스캠 | 120억 원 | 104명 | 딥페이크 영상 활용 |
| 대구경찰청 검거 조직 | 64억 원 | 136명 | 26명 검거, 12명 구속 |
| 서울동부지검 기소 조직 | 19억 원 | 다수 | 중국인 총책, 한국인 조직원 |
정부의 초국가 범죄 대응 체계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의 초국가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 고위직 출신을 대사로 잇따라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주캄보디아 대사에는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임명되었고, 주동티모르 대사에는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장하연 전 주과테말라 대사가 임명되었습니다. 이러한 인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수사 전문가를 해당 지역에 파견함으로써 범죄 대응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캄보디아 현지에 파견된 코리아전담반, 국정원, 현지 캄보디아 경찰 등은 장기간에 걸친 추적 끝에 스캠 단지 7곳을 확인했습니다. 2025년 12월에는 시하누크빌 스캠조직 51명, 포이팻 스캠조직 15명, 몬돌끼리 스캠조직 26명 등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정부는 범죄자들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범죄수익 환수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며,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를 중심으로 해외를 거점으로 이뤄지는 각종 스캠 범죄를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엄정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야당의 비판: "중국어로 중국에 따졌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SNS에 캄보디아어로 초국가 스캠 범죄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것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장 대표는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흑사회, 삼합회 등 중국계 범죄 조직이 들어가 벌인 일"이라며 "제대로 따지려면 중국어로 중국에 따졌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캄보디아에서 발생하는 온라인 스캠 범죄의 상당수는 중국 자본과 중국계 범죄 조직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캄보디아는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주요 수혜국으로, 많은 중국 자본이 캄보디아에 유입되었고, 이 과정에서 범죄 조직도 함께 진출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따라서 범죄의 실제 주체를 고려하면 캄보디아어가 아닌 중국어로 경고했어야 한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입니다.
한국-캄보디아 양국 관계 현황
한국과 캄보디아는 1997년 재수교 이후 27년 만인 2024년 5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경제 협력 측면에서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의 가용 금액을 15억 달러에서 30억 달러로 증액하고, 공여기간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등 협력을 확대해 왔습니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 캄보디아 투자는 누계 84.6억 달러(3,943건)에 달하며,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1.6억 달러(수출 6억 6,000만 달러, 수입 5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캄보디아 자유무역협정(FTA), 한-아세안 FTA 및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양한 경제협력 기제를 통해 교류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긴밀한 경제 관계 속에서 이번 외교 마찰이 향후 양국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강경 외교 메시지의 효과와 부작용
이번 사건은 재외국민 보호를 위한 강경한 외교 메시지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범죄 조직에 대한 경고 효과를 높이고, 국내 여론에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측은 해당 게시물을 통해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의지가 충분히 홍보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정 국가의 언어로 위협적인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은 해당 국가 국민 전체를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양국 국민 간 감정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외교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또한 외국 정부의 항의 후 게시물을 삭제한 것은 오히려 외교적 약점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향후 양국 관계 전망
이번 외교 마찰이 한국-캄보디아 관계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아직 불확실합니다. 양국 정부 모두 이번 사안을 확대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초치가 아닌 통상적 소통'이었다고 강조했고, 캄보디아 측도 공식적인 항의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면담과 게시글 삭제 조치가 현지 여론의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고, 양국 관계에 긴장을 초래하지 않기 위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가 계속되는 한 유사한 외교적 긴장이 재발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재외국민 보호라는 정당한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상대국의 주권과 국민 감정을 존중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범죄의 실제 주체가 중국계 조직인 점을 고려하여,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초국가 범죄 대응과 외교적 균형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결론: 재외국민 보호와 외교적 신중함의 균형
이재명 대통령의 캄보디아어 경고 게시물 논란은 재외국민 보호라는 국가의 핵심 책무와 외교적 신중함 사이의 균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가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성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과 상대국의 반응까지 고려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정부는 초국가 범죄에 대한 대응 체계를 더욱 정교화하는 동시에, SNS 시대의 정상 외교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의 SNS 발언이 즉각적으로 전 세계에 전파되는 시대에,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메시지보다는 사전에 충분히 검토된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재외국민 보호라는 대의를 위해서라도, 외교적 수단과 채널을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