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사법인공지능심의관 신설, 무엇이 달라지나
2026년 1월 22일, 대법원은 올해 첫 대법관회의를 열고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법원사무기구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의결하여 법원행정처 내에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이라는 새로운 직위를 신설한 것입니다. 이는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공지능(AI)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첫 번째 제도적 발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정 규칙에 따르면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 산하에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이 배치되며, 기존 정보화기획심의관과의 업무 조정도 함께 이루어집니다.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은 사법 AI 정책 수립에 관해 사법정보화실장을 보좌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의 구체적인 역할과 기능
새롭게 신설되는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은 단순히 기술 도입을 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역할은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 AI 및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기술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담당합니다. 이는 법원 업무 전반에 걸쳐 어떤 AI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을 의미합니다.
둘째, 다른 실·국의 재판 업무와 사법행정제도 개선사항을 AI 시스템에 반영하고 개발하는 업무를 맡습니다. 이를 통해 법원 내 다양한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AI 기능을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사법 AI의 거버넌스 구축을 담당합니다.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통제와 책임'을 전제로 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2030 사법부 AI 로드맵 핵심 내용 분석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인간 중심 AI를 통한 사법정의 구현'을 목표로 한 2030 사법부 AI 로드맵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이 로드맵은 사법부가 AI를 어떻게 도입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청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 단계 | 기간 | 주요 목표 |
| 1단계 | ~2026년 | 사법부 내 AI 기반 구축 |
| 2단계 | ~2028년 | 재판 데이터 표준화 및 품질 고도화, AI 구현·확산 |
| 3단계 | ~2030년 | 사법 AI 활용 안착 및 고도화 |
로드맵이 제시하는 핵심 가치는 다섯 가지입니다. 인간 중심, 공정과 평등, 혁신과 효율, 신뢰성과 투명성, 그리고 접근가능성입니다. 특히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인간이 맡는다'는 인간-AI 협업 모델을 완성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의 역할과 활동
사법인공지능심의관 신설의 배경에는 2025년 4월 출범한 사법부 인공지능위원회가 있습니다. 이숙연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이 위원회는 사법부 AI 도입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숙연 대법관은 대한민국 최초의 이공계 출신 대법관으로, 포항공과대학교 졸업 후 고려대학교 법학과에 편입하여 법학 석사와 정보보호대학원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융합형 법조인입니다. 2023년 10월부터 대법원 산하 인공지능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며 AI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쌓아왔습니다.
위원회는 출범 이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에는 3차 회의를 열어 AI 기술을 활용한 판결서 공개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위원회는 사법부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여 누구나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안심구역' 지정을 제안했습니다.
또한 위원회는 변론 자동기록, 분쟁 진행 예측 등 주요 기능에 대한 AI 시스템 활용의 필요성을 법원행정처장에게 전달했습니다. 이러한 기능들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재판 과정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재판 AI 도입의 구체적인 추진 방향
2030 사법부 AI 로드맵에 따르면 사법 AI 구축을 위해 여러 가지 세부 과제가 추진됩니다. 먼저 인공지능 전환(AX) 전담 조직 정비가 이루어지며, 이번 사법인공지능심의관 신설이 그 첫 단추입니다.
다음으로 AI 윤리·규범·가이드라인 제정과 관련 법률 정비가 추진됩니다. 법원 인공지능연구회가 이미 '사법에서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이는 판사들이 직접 연구하여 만든 최초의 가이드라인으로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또한 사법부 AI 샌드박스 도입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AI 기술을 안전하게 테스트하고 검증한 후 실제 재판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판결서 데이터 관련 AI 사업도 규제 샌드박스로 지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 추진 과제 | 세부 내용 |
| 전담 조직 정비 | 사법인공지능심의관 신설, AX 전담 조직 구축 |
| 윤리·규범 정비 | AI 가이드라인 제정, 관련 법률 정비 |
| AI 샌드박스 | 안전한 테스트 환경 구축, 규제 샌드박스 지정 |
| 역량 강화 | AI 리터러시 프로그램 마련, 법관 교육 |
사법 AI 발굴부터 도입까지 3단계 프로세스
로드맵은 사법 AI의 내재화와 고도화를 위해 체계적인 3단계 프로세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1단계: 사법 AI 발굴 - 사법 AI 인벤토리를 구축하고 '사법 AI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실효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합니다. 어떤 업무에 AI를 적용할 수 있는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 사전 테스트 및 도입 - 예산과 기술 수준, 수요도 등을 고려하여 선별된 AI를 개발하고 검증합니다. 샌드박스 환경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 후에야 다음 단계로 진행합니다.
3단계: 개선 및 확장 - 검증을 마친 AI를 실제 재판과 사법행정에 적용하고,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갑니다. 성공적인 AI 시스템은 다른 영역으로 확장 적용됩니다.

해외 사법 AI 도입 현황 비교
법원 인공지능연구회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때 참고한 해외 사례들을 살펴보면, 사법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이미 전 세계적인 흐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사법센터에서 'An Introduction to Artificial Intelligence for Federal Judges'라는 권고안을 발표하여 연방 판사들에게 AI 활용 지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콜로라도주는 포괄적인 AI 규제법을 통과시켜 2026년 2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유럽연합은 2024년 8월 1일 EU AI Act를 발효시켰으며, 2025년 8월부터 범용 AI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 제공자를 대상으로 기술 문서 작성, 투명성 확보, 리스크 평가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브라질,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법 분야 AI 활용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사법부도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추어 체계적인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AI 판사 도입 가능성과 한계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이 바로 'AI가 판사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로서는 인간 판사를 AI로 대체하는 것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습니다.
헌법적 관점에서 재판 당사자의 재판청구권 보호와 AI를 활용한 재판의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있습니다. 재판은 단순히 법률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맥락과 가치 판단을 포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적 관점에서도 한계가 분명합니다. AI 데이터의 대표성 부족과 알고리즘 편향으로 인해 재판의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오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딥페이크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증거가 재판에 제출될 가능성도 새로운 도전 과제입니다.
따라서 사법부가 추구하는 방향은 AI가 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하는 것입니다. 최종 의사결정은 반드시 인간 판사가 내리되, AI는 정보 검색, 문서 작성 보조, 유사 판례 분석 등의 영역에서 판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사법에서의 AI 활용 가이드라인 주요 내용
법원 인공지능연구회가 발표한 '사법에서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은 비록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법 AI 기술의 실제 수요자이자 재판 주재자인 법관들이 직접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숙연 대법관은 이 가이드라인에 대해 "사법부와 재판에 있어 인공지능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근본적 철학과 실천적인 방향성을 제시하는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소송당사자가 생성형 AI를 사용하여 문서, 그림, 동영상 등을 만들어 주장서면이나 증거로 제출하는 상황에 대비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상황이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프로그램
2030 로드맵의 중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는 AI 리터러시 역량 강화 프로그램입니다. 아무리 좋은 AI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활용하는 법관과 법원 직원들이 AI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효과적인 활용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은 AI의 기본 원리와 한계에 대한 교육, AI 도구의 실제 활용 방법, AI 결과물에 대한 비판적 평가 능력 등을 포함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법관들이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AI의 한계를 인식하고 최종 판단에서 인간적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2026년 다보스포럼과 글로벌 AI 담론
최근 개최된 '다보스포럼 2026'에서는 AI가 모든 의제를 압도하며 글로벌 기술·경제 담론의 중심에 섰습니다. 단순한 기술 발전을 넘어 AI의 실제 적용, 사회적 위험, 노동시장 변화 등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논의가 핵심을 이뤘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분위기 속에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AI 도입 움직임은 시의적절한 대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법 분야는 특히 공정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만큼 체계적이고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현재 사법부가 추진하는 방식이 이러한 요구에 부합합니다.
향후 전망 및 기대 효과
사법인공지능심의관 신설과 2030 AI 로드맵의 추진으로 대한민국 사법부는 본격적인 AI 시대에 진입하게 됩니다. 향후 기대되는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재판 효율성 향상입니다. 변론 자동기록, 유사 판례 검색, 문서 작성 보조 등의 기능을 통해 판사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재판 진행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사법 서비스의 접근성 향상입니다. AI 기반 법률 정보 제공 서비스를 통해 일반 시민들도 더 쉽게 법률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판결의 일관성 제고입니다. AI를 통한 유사 판례 분석이 체계화되면 비슷한 사안에 대해 더 일관된 판결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은 '인간 중심'이라는 원칙 아래 추진됩니다. AI는 어디까지나 보조 도구이며, 최종 판단은 인간 판사의 몫입니다. 사법부가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한 것도 이러한 원칙을 지키면서 안전하게 AI를 도입하기 위함입니다.

마무리
2026년 1월, 법원행정처에 사법인공지능심의관이 신설되면서 대한민국 사법부의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2030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되는 사법부 AI 로드맵은 '인간 중심 AI를 통한 사법정의 구현'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사법 분야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사법부는 기술 도입에 앞서 '통제와 책임'을 전제로 한 거버넌스 구축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이는 사법의 핵심 가치인 공정성과 신뢰성을 지키면서도 기술 발전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현명한 접근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사법부가 어떻게 AI를 활용하여 국민에게 더 나은 사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2026년 AI 기반 구축이 완료되고 2028년 본격적인 확산 단계에 진입하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