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도 '딸깍' 한 번에 해킹, 자율주행차 보안 위기의 실체
2026년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해킹 대회 '폰투오운 오토모티브(Pwn2Own Automotive) 2026'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3일간 진행된 이번 대회에서 보안 연구원들은 총 76개의 제로데이(Zero-day) 취약점을 발견했으며, 이에 대한 포상금으로 약 104만 7,000달러(약 15억 원)가 지급되었습니다. 특히 테슬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USB 기반 공격을 통해 뚫리면서, 자율주행차 시대의 사이버 보안 문제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프랑스 보안 팀 시낵티브(Synacktiv)는 정보 유출 취약점과 범위 초과 쓰기(Out-of-bounds Write) 취약점 두 가지를 연쇄적으로 결합하여 테슬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대한 완전한 제어권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팀은 이 공격 하나로 3만 5,000달러(약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대회 첫날에만 37개의 고유한 제로데이 취약점이 시연되었으며, 테슬라 외에도 소니, 알파인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다수의 전기차 충전기가 해킹에 무방비로 뚫렸습니다.
자동차 사이버 공격 손실액, 2년 만에 20배 폭증
자동차 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의 영역을 넘어 현실적인 경제적 위협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사이버 보안 솔루션 기업 빅원(VicOne)이 발표한 '2025 자동차 사이버보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사이버 공격 추정 손실액은 다음과 같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 연도 | 추정 손실액 | 전년 대비 |
| 2022년 | 11억 달러 (약 1.5조 원) | - |
| 2023년 | 128억 달러 (약 17.9조 원) | 약 11.6배 증가 |
| 2024년 | 225억 달러 (약 31.5조 원) | 약 1.8배 증가 |
2022년 11억 달러에서 2024년 225억 달러로, 불과 2년 만에 20배 이상 급증한 수치입니다. 자동차 관련 보안 취약점(CVE) 역시 2014년 6건에 불과했으나, 2024년에는 530건으로 약 88배 증가했습니다. 이는 차량이 점점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되면서 공격 표면(Attack Surface)이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스바루 '슈퍼 유저' 권한 탈취 사건, 이메일만으로 차량 원격 제어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2025년 초, 미국 보안 연구원 샘 커리(Sam Curry)는 일본 자동차 제조사 스바루의 커넥티드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에서 심각한 보안 결함을 발견해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이 취약점을 통해 공격자는 운전자의 이름, 우편번호, 이메일 주소, 또는 번호판 정보만으로 다음과 같은 행위가 가능했습니다.
| 위협 유형 | 세부 내용 |
| 원격 시동 및 제어 | 차량의 시동을 원격으로 걸거나 끄고, 도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음 |
| 실시간 위치 추적 | 차량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동 경로를 추적 가능 |
| 운행 이력 열람 | 과거 운행 기록 전체를 열람하여 운전 습관과 방문 장소 파악 가능 |
| 개인정보 유출 | '슈퍼 유저' 권한 획득 시 고객의 개인정보에 무제한 접근 가능 |
특히 이 취약점은 '슈퍼 유저' 권한까지 탈취할 수 있어, 단순한 차량 제어를 넘어 고객 데이터베이스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샘 커리는 이 취약점을 스바루 측에 즉시 통보했고, 스바루는 해당 결함을 패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커넥티드카 서비스의 보안이 얼마나 허술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남았습니다.
전기차 충전기도 해킹 대상, SK쉴더스 충전기 취약점 입증
해킹의 대상은 차량 자체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역시 주요 공격 대상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사이버 보안 기업 SK쉴더스는 '폰투오운 오토모티브 2026'에 참가하여 그리즐이(Grizzl-E)의 전기차 충전기 해킹에 성공하며, 충전기를 통한 요금 조작과 시스템 마비 가능성을 실증했습니다.
전기차 충전기가 해킹당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피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충전 요금 조작: 충전 비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무료 충전이 가능해지는 등 과금 체계가 무력화될 수 있습니다.
2) 충전 인프라 마비: 충전소 네트워크 전체를 다운시켜 대규모 충전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3) 차량 배터리 손상: 과충전 명령을 보내 배터리에 물리적 손상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4) 개인정보 탈취: 충전기에 등록된 결제 정보와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협은 전기차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습니다. SK쉴더스는 2025년 대회에서도 BMW 차량에 사용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 취약점을 제보한 바 있어, 국내 보안 기업의 자동차 보안 분야 역량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규어 랜드로버 해킹 사태, 수개월간 생산 중단
2025년에는 완성차 제조사 자체가 직접 해킹 피해를 입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습니다.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Jaguar Land Rover)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수개월간 생산이 중단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 사건은 자동차 산업의 사이버 공격이 차량 시스템 해킹에 그치지 않고, 제조 공정 자체를 마비시키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경고였습니다.
이처럼 자동차 산업에 대한 사이버 위협은 차량 인포테인먼트 →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 전기차 충전 인프라 → 제조 공정으로 그 범위가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공격 수법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 사이버보안 전담 조직 신설로 대응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 11월 커넥티드카 시대에 대비하여 사이버보안 전담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차량이 '달리는 스마트폰'이 되어가는 시대에 맞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반에 걸친 보안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또한 국내 자동차 소프트웨어 기업 아우토크립트(AUTOCRYPT)는 글로벌 자동차 관련 기업 21개와 협업하여 통합 보안 솔루션을 실제 차량에 상용화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이는 다양한 구성 요소의 취약점을 신속히 탐지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으로, 자동차 보안 산업이 단순 진단을 넘어 통합적인 방어 체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글로벌 규제 강화, 한국도 2027년 전 차종 보안 인증 의무화
자동차 사이버보안에 대한 규제도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의 UN R155 규정을 기반으로, 2024년 7월부터 유럽 내에서 생산·판매되는 모든 차량에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 인증을 의무화했습니다. CSMS 인증 없이는 유럽에서 차량을 판매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한국 역시 2024년 2월 자동차관리법에 기반한 사이버보안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구체적인 시행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시행 시기 | 대상 |
| 1단계 | 2025년 8월 | 신규 등록 차종 |
| 2단계 | 2027년 8월 | 기존 양산 등록 차종 포함 전 차종 |
다만, 한국의 자관법은 UN R155의 '사전인증제도'와 달리 '자기인증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차량 제작사가 스스로 안전기준 적합 여부를 인증한 후 차량을 판매하고 정부가 이를 사후에 점검하는 방식입니다. CSMS 인증만은 예외적으로 사전승인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SDV 시대, 보안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바퀴 달린 컴퓨터'가 되었습니다. 한 대의 자동차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 코드 라인 수는 1억 줄을 넘어서고 있으며,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한 원격 소프트웨어 관리가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사이버 공격의 진입점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안 전문가들은 자동차 보안이 인명사고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IT 보안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단순히 취약점을 찾아 패치하는 수준을 넘어, 설계 단계부터 구현,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보안을 녹여 넣는 '보안 내재화(Security by Design)'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26년 사이버 위협 전망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있습니다. 공격자들이 AI를 활용하여 피싱, 딥페이크, 자동화된 침투를 더욱 정교하게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동차 산업 역시 AI 기반의 능동적 보안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폰투오운 오토모티브 대회에서 발견된 취약점들은 해당 벤더에 통보되며, 90일 이내에 보안 패치를 개발·배포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됩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자동차 보안 수칙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시대를 맞이하여, 소비자 역시 자동차 보안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차량 소유자가 실천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보안 수칙입니다.
| 수칙 | 내용 |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 차량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즉시 적용하여 알려진 취약점을 제거 |
| 불명 USB 사용 금지 | 출처가 불분명한 USB 장치를 차량에 연결하지 않도록 주의 (USB 기반 공격 방지) |
| 커넥티드 서비스 관리 | 차량 연결 앱의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고, 이중 인증(2FA) 설정 |
| 공용 충전소 주의 | 공용 전기차 충전소 이용 시 충전기 외관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인증된 충전 네트워크 사용 |
| 키 시스템 보호 | 스마트키 릴레이 공격 방지를 위해 신호 차단 파우치(패러데이 케이스) 사용 권장 |
자동차 보안, 산업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테슬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해킹, 스바루 커넥티드 서비스 취약점, 전기차 충전기 해킹, 재규어 랜드로버 생산 중단 사태까지—2025~2026년에 잇따라 발생한 자동차 사이버보안 사건들은 자동차 산업이 IT 보안 산업과 동일한 수준의 사이버 방어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자동차 보안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닙니다. EU의 UN R155 의무화, 한국의 자관법 개정 등 규제적 틀은 마련되고 있으나, 실질적인 보안 역량의 확보와 산업 전반의 보안 문화 정착이 수반되어야 비로소 안전한 모빌리티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폰투오운 오토모티브 대회와 같은 화이트해커들의 활동이 그 첫걸음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계속될 때 '딸깍' 한 번의 해킹 위협으로부터 우리의 차량과 생명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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