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와 첸백시, 무슨 일이 있었나
2023년 6월, K-POP 역사에 또 하나의 대형 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룹 엑소(EXO)의 유닛 첸백시(EXO-CBX)를 구성하는 첸, 백현, 시우민 세 멤버가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입니다. 재계약을 체결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터진 이 사건은 이후 약 3년간 이어지는 길고 긴 법적 분쟁의 서막이었습니다. 가압류, 소송, 형사고소까지 총동원된 이번 분쟁은 단순한 계약 갈등을 넘어,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분쟁의 시작: 2023년 전속계약 해지 통보
2023년 6월 1일, 첸, 백현, 시우민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세 멤버는 "13년간 함께 활동하면서 정산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점을 핵심 사유로 내세웠습니다. 이들은 SM이 계약 기간 동안 정산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으며, 수익 배분 구조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약 3주 뒤인 6월 19일, 양측은 전격적으로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합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엑소 완전체 활동은 SM 소속으로 유지하되, 개인 및 유닛 활동은 첸백시가 설립한 독립 레이블 INB100에서 진행하기로 한 것입니다. SM 측은 계약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첸백시(CBX)' 명칭 사용권과 음원 마스터 파일 제공까지 허용했습니다. 대신 첸백시는 개인 활동 매출의 10%를 SM에 지급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합의 이후 재점화된 갈등: 매출 10%와 5.5% 수수료 논쟁
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갈등은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습니다. 2024년 6월, 분쟁이 다시 불붙었습니다.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SM은 첸백시가 합의 내용에 따라 개인 활동 매출의 10%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둘째, 첸백시 측은 SM이 합의 당시 약속했던 카카오를 통한 음원 유통 수수료율 5.5%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즉, 첸백시 측은 "SM이 먼저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매출 10% 지급 의무도 없다"는 논리를 펼친 것입니다.
2024년 6월 10일, 첸백시 측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SM의 부당한 처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에 SM은 6월 12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계약이행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소송의 규모는 약 6억 원대로 알려졌습니다.

SM의 가압류 조치: 첸백시 재산에 대한 법적 강제 수단
'가압류'란 채권자가 장래의 강제집행을 보전하기 위해 채무자의 재산 처분을 미리 금지하는 법적 조치입니다. 쉽게 말해,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대방이 재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묶어두는 것입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첸백시 멤버들의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개인 활동 매출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가압류와 압류는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다른 개념입니다. '가압류'는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 채무자의 재산을 임시로 동결하는 보전 처분이며, '압류'는 확정 판결이나 집행권원을 근거로 실제 재산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입니다. SM이 취한 조치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가압류'로, 첸백시 측의 재산 처분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이 가압류 조치는 팬들과 대중으로부터 상당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소속 아티스트의 재산을 가압류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강경 대응이었기 때문입니다. 팬들은 SM이 아티스트를 상대로 과도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첸백시의 형사고소와 행정신고: 총력전의 전개
첸백시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2024년 6월 25일, 멤버들은 SM엔터테인먼트의 이성수 CAO(최고감사책임자)와 탁영준 대표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형사 고소 및 고발했습니다. "합의 조건인 5.5%의 음반·음원 유통 수수료율을 지키겠다고 약속해놓고 이행하지 않은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외에도 첸백시는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정산 자료 제출 명령을 신청했고,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도 청구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도 SM의 불공정 행위를 신고하는 등 법적·행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첸백시의 연전연패: 소송 12건 전부 기각·무혐의
그러나 결과는 첸백시에게 매우 불리하게 돌아갔습니다. 2025년 10월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첸백시가 SM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과 신고 총 12건이 전부 기각되거나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 구분 | 내용 | 결과 |
| 형사 고소·고발 | SM 대표 사기 혐의 (3건) | 무혐의 |
| 민사 소송 | 문서제출명령·열람등사 (6건) | 기각 |
| 행정 신고 | 문체부·공정위 신고 (2건) | 위반 없음 |
| 가처분 | 임시지위 가처분 (1건) | 기각 |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법원의 판단 근거입니다. 재판부는 첸백시 측이 "SM을 심리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해당 신청을 유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임시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의 취지와 잠정성에 명백히 반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사실상 첸백시 측의 법적 대응 자체가 정당한 권리 행사라기보다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법원의 시각이 드러난 것입니다.
형사 고소 건에 대해서도 경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고, 검찰 역시 무혐의 처분을 확정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기된 행정 신고도 "위반 사실 없음"으로 종결되었습니다.

6억 원대 소송과 조정 불발
SM이 첸백시를 상대로 제기한 6억 원대 계약이행 청구 소송도 진행 중입니다. 2025년 9월 23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첫 조정기일이 열렸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결렬되었습니다. 이날 조정기일에는 양측 법률대리인만 참석해 약 30분간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재판부는 2차 조정기일을 10월 2일로 지정했습니다.
2차 조정에서 조정위원이 제시한 금액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후 해당 금액이 문서로 송달되자 SM과 첸백시 양측 모두 10월 16일 이의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다만 첸백시 측은 "개인 활동 매출 10% 지급 의사 자체는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조정위원이 산정한 구체적인 금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엑소 완전체 복귀 무산: 6인 체제로 활동
이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팬들입니다. SM은 2025년 12월 팬미팅과 2026년 초 정규 8집 앨범을 수호, 찬열, 디오, 카이, 세훈, 레이 6인 체제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7년 만의 완전체 컴백을 기대했던 팬들은 크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첸백시 측은 "엑소 완전체 활동을 위해 SM이 제시한 모든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습니다. 그러나 SM은 "다수의 분쟁을 통해 양측 간 신뢰가 크게 무너졌으며, 엑소라는 팀에 끼친 피해와 팬들 및 멤버들에게 준 상처가 크다"며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도 첸백시 제외에 대한 비판과 함께, 분쟁을 일으킨 첸백시에 대한 비판이 공존하는 복잡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반복되는 계약 분쟁의 역사
사실 SM엔터테인먼트의 아티스트 계약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9년 동방신기의 JYJ(김재중, 박유천, 김준수) 탈퇴 사태, 2014년 크리스와 루한의 엑소 탈퇴, 이후 타오의 탈퇴까지 SM은 수차례 대형 계약 분쟁을 겪어왔습니다. 이러한 반복되는 분쟁은 SM의 계약 구조와 정산 투명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로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이번 첸백시 사건은 이전 분쟁들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원, 검찰, 행정기관 모두가 SM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은 SM의 계약 관행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거나, 최소한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정비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합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반드시 공정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에,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계약 관행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쟁점 정리: 매출 10% 약정은 정당한가
이번 분쟁의 핵심은 결국 '매출 10% 약정'의 정당성 문제로 귀결됩니다. SM은 엑소라는 브랜드 가치와 IP를 활용한 개인 활동에 대해 10%의 대가를 받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입니다. 엑소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첸, 백현, 시우민 개인의 시장 가치가 현재 수준에 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반면 첸백시 측은 13년간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개인 브랜드 가치까지 SM이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며, SM이 먼저 합의 조건을 위반했기 때문에 10% 지급 의무가 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K-POP 산업에서 아이돌의 개인 브랜드 가치와 소속사가 만든 그룹 브랜드 가치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산업 전체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향후 전망: 분쟁 해결의 실마리는 있는가
현재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첸백시와 SM의 분쟁이 단기간 내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첸백시가 제기한 12건의 법적·행정적 절차가 모두 기각·무혐의로 종결된 만큼, 법적으로는 SM이 우위에 있는 상황입니다. 6억 원대 계약이행 소송도 아직 진행 중이며, 조정도 불발된 상태입니다.
첸백시 측이 매출 10% 지급 의사를 밝힌 점은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금액 산정과 과거 미지급분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야 실질적인 해결이 가능합니다. SM 측도 "조건은 단 하나, 10%"라며 비교적 명확한 요구를 하고 있어, 양측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의지만 있다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SM이 "신뢰가 무너졌다"며 엑소 활동에서 첸백시를 제외한 결정을 내린 만큼, 법적 분쟁이 해결되더라도 엑소 9인 완전체 복귀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26년 현재, 엑소는 6인 체제로 정규 8집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첸백시의 합류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SM과 첸백시 분쟁 주요 타임라인
| 시기 | 주요 사건 |
| 2023년 1월 | 첸, 백현, 시우민 SM과 재계약 체결 |
| 2023년 6월 1일 | 전속계약 해지 통보 (정산 투명성 문제 제기) |
| 2023년 6월 19일 | 양측 합의 (계약 유지, 개인활동 INB100, 매출 10% 지급) |
| 2024년 6월 | 갈등 재점화 (5.5% 수수료·매출 10% 미지급 논쟁) |
| 2024년 6월 12일 | SM, 6억 원대 계약이행 청구 소송 제기 |
| 2024년 6월 25일 | 첸백시, SM 대표 사기 혐의 형사 고소 |
| 2025년 9월 23일 | 6억 원대 소송 1차 조정 결렬 |
| 2025년 10월 | 첸백시 소송 12건 전부 기각·무혐의 확인 |
| 2025년 12월 | 엑소 6인 체제 팬미팅 진행 |
| 2026년 초 | 엑소 6인 체제 정규 8집 활동 |
SM엔터테인먼트와 첸백시의 분쟁은 K-POP 산업에서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의 권리 관계, 정산 투명성, 브랜드 가치 분배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금 환기시키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SM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이 분쟁의 궁극적인 해결은 법정이 아닌 대화와 타협의 테이블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엑소라는 이름 아래 함께했던 9명의 멤버가 다시 한 무대에 설 수 있기를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