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 발표
2026년 1월 29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외환 정책' 반기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한 10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지정했습니다. 이번 지정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환율 보고서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강경한 무역 정책 기조가 반영된 결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 등 총 10개국입니다. 특히 한국은 2023년 11월 약 7년 만에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되었다가, 2024년 11월 다시 포함된 이후 2025년 6월에 이어 이번에도 연속으로 지정되면서 외환정책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감시를 받게 되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불공정 무역' 경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이번 보고서에서 매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파괴적인 무역 적자 해소와 불공정 무역 관행 대응을 통해 미국의 재도약을 이끌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무역 상대국이 외환 개입이나 비시장적 관행을 통해 통화를 조작해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또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교역국의 환율 관행 분석을 강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과 불균형한 무역 관계를 조장하는 거시경제 정책이 더 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임을 무역 상대국들에게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환율 문제를 무역 협상의 핵심 의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베선트 장관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재무부는 불공정한 통화 관행에 대해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한 대응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환율관찰대상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가 과거보다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한국을 포함한 지정 국가들의 외환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3가지 기준
미국 재무부가 환율관찰대상국을 지정할 때 적용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이 기준들은 2015년 제정된 무역촉진 및 무역집행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에 명시되어 있으며, 주요 교역국의 통화 정책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 기준 | 세부 내용 | 한국 현황 |
| 대미 무역흑자 | 150억 달러 이상 | 약 550억 달러 (충족) |
| 경상수지 흑자 | GDP 대비 3% 이상 | 약 5.4% (충족) |
| 외환시장 개입 | 12개월 중 8개월 이상, GDP 2% 이상 달러 순매수 | 미충족 |
세 가지 기준 중 2개를 충족하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3개를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 대상이 되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하여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다만 외환시장 개입 기준은 충족하지 않아 심층분석 대상에서는 제외되었습니다.

한국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배경 상세 분석
한국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된 가장 큰 배경은 대미 무역흑자의 급증입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약 550억 달러로, 기준치인 150억 달러를 크게 상회하고 있습니다. 이는 반도체, 자동차, 가전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면서 발생한 구조적 현상입니다.
경상수지 흑자 역시 GDP 대비 약 5.4%로 기준치 3%를 크게 초과하고 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주요 원인은 수출 호조와 함께 서비스수지 적자 축소, 그리고 해외투자에 따른 소득수지 흑자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한국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확대되면서 배당금과 이자 등 소득수지 흑자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미국 재무부는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과도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보고서에서는 한국 당국이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달러 매도에 집중했으며, 달러 순매수를 통한 원화 약세 유도는 없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언급되었습니다.
한국의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이력을 살펴보면, 2016년 4월 첫 지정 이후 약 7년간 지속적으로 명단에 올랐다가 2023년 11월 처음으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2024년 11월 다시 지정되었고, 이후 2025년 6월과 이번 2026년 1월까지 연속 지정되면서 당분간 명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환율조작국과 환율관찰대상국의 차이점
환율관찰대상국과 환율조작국은 지정 기준과 제재 수준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환율관찰대상국은 세 가지 기준 중 두 가지를 충족할 때 지정되며, 이 단계에서는 직접적인 경제 제재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지속적인 감시 대상이 되며, 향후 환율조작국으로 격상될 수 있는 '사전 경고' 단계로 인식됩니다.
| 구분 | 환율관찰대상국 | 환율조작국 |
| 지정 기준 | 3가지 중 2가지 충족 | 3가지 모두 충족 |
| 직접 제재 | 없음 | 1년 후 시정 없을 시 발동 |
| 미국 기업 투자 제한 | 해당 없음 | 금융 지원 금지 가능 |
| 연방정부 조달 제한 | 해당 없음 | 해당국 기업 진입 제한 |
| IMF 감시 요청 | 해당 없음 | 가능 |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환율 저평가 및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고,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제재 조치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주요 제재 내용으로는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이 포함됩니다.
역사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1988년 일본과 한국, 1992년 대만, 1992년부터 1994년까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2015년 무역촉진법 제정 이후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인 2019년 8월 중국이 유일하게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심층분석국, 즉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국가는 없었습니다.
원달러 환율 1400원대 현황과 영향
2026년 1월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월 27일 기준 USD/KRW 환율은 1,434.16원을 기록했으며, 연초 이후 1430원에서 147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환율이 1480원대까지 치솟았을 때 외환당국이 강력한 수급 대책을 내놓아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환율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는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투자 증가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 요인의 약 70%가 국민연금과 개인 등의 해외투자 증가에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연금이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것이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주요 금융기관들의 2026년 환율 전망을 살펴보면, 상반기에는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경영연구원은 2026년 원달러 환율이 상반기 높은 수준을 이어간 뒤 하반기 들어 완만히 하락해 연평균 1400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한국의 저성장 구조와 둔화하는 잠재성장률을 고려할 때 달러-원이 14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정부의 지속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와 국내 주식시장 강세 속에 단기적으로 1400원대에서 하단이 지지되며 하락하고, 2026년 상반기 중 1300원대 후반 진입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 사이에서도 환율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은 상황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및 한국은행의 대응 방안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은 고환율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은행은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외화예금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미국 정책금리에 연동된 이자를 지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외환건전성부담금 면제 조치를 2026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연금도 환율 안정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민연금은 고환율이 계속되자 전략적 환헤지를 재가동했으며, 12월 23일에는 환율 급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전략적 환헤지를 수시로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순유출을 상쇄하여 환율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1500원 선 돌파를 막기 위해 다양한 카드를 동원했습니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 확대, 국내 기업의 해외 자금 국내 복귀 유도 등 강력한 수급 대책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조치들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두어 연말 환율이 하루 만에 20원 넘게 급락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통화정책 측면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5년 11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1470원 선을 유지할 경우 물가상승률이 2.3% 수준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환율 협의 동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2026년 1월 12일 한국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베선트 장관은 최근 원화 약세가 한국의 강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한국이 특히 미국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산업에서 강한 경제적 성과를 보이고 있어 아시아에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재확인했습니다.
2025년 9월에는 한미 양국이 한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 하락 방어 목적의 달러 매도에 집중하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화 약세 유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미국이 인정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환율관찰대상국 지정은 별개의 문제로,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기준을 충족하는 한 명단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에 대해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국회가 무역협정을 비준하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환율 문제와 맞물려 한미 간 경제 협상에서 한국 측의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향후 환율 정책 전망 및 시사점
이번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은 한국의 외환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환율관찰대상국 지정 자체로는 직접적인 제재가 가해지지 않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무역 정책 기조 속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압박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반대로 원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달러 매수는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둘째, 구조적인 달러 수요 증가로 인해 고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 기업들의 대미 투자 등이 달러 수요를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로 회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한국 정부는 환율 안정과 함께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대미 무역흑자 550억 달러와 GDP 대비 5.4%에 달하는 경상수지 흑자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입니다. 미국산 제품 수입 확대, 대미 투자 증가 등을 통해 무역 불균형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넷째, 외환시장 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야 합니다. 미국 재무부는 한국이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분기별로 공개하는 등 투명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투명성 제고 노력은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낮추고, 국제 외환시장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미국 재무부의 환율관찰대상국 재지정은 예상된 결과이며, 당장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경한 통상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외환정책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것은 분명합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시장 변동성 관리와 함께 대외 불균형 해소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