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에서 전 세계 빙속 팬들을 경악하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네덜란드의 요프 베너마르스(Joep Wennemars)가 중국 선수 리안쯔원(Lian Ziwen)의 레인 전환 구간 방해로 인해 올림픽 메달의 꿈이 좌절된 것입니다. 이 사건은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심판진의 실격 판정, 재경기 부여, 그리고 재경기에서도 5위에 그친 안타까운 결말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적인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사건 경위 : 남자 1000m 레인 크로싱 구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경기는 2월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빙속 경기장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세계선수권 1000m 챔피언인 네덜란드의 요프 베너마르스는 강력한 메달 후보로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문제의 장면은 베너마르스와 중국의 리안쯔원이 같은 조에서 경쟁하던 중 발생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매 바퀴마다 레인을 교차(크로싱)해야 하는데, 이 크로싱 구간에서 리안쯔원이 베너마르스의 진로를 가로막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베너마르스가 아우터 레인에서 이너 레인으로 전환하려는 순간, 리안쯔원이 너무 이른 타이밍에 레인 전환을 시도하며 베너마르스 앞을 가로막았고, 두 선수의 스케이트가 접촉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베너마르스는 결승선을 향한 마지막 스퍼트에서 치명적인 속도 손실을 입었습니다. TNT Sports의 해설위원 칼튼 커비는 이 장면을 "절대적인 악몽(absolute nightmare)"이라고 표현하며, 방해가 없었다면 베너마르스가 올림픽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ISU 심판진 판정 : 리안쯔원 실격과 베너마르스 재경기 부여
경기 직후 ISU 심판진은 해당 상황을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ISU 규정에 따르면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레인 크로싱(교차) 시 아우터 레인에서 이너 레인으로 전환하는 선수에게 우선권(right of way)이 주어집니다. 이너 레인을 떠나는 선수는 충돌에 대한 책임을 지며, 상대 선수의 진행을 밀거나, 차단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실격 사유에 해당합니다.
심판진은 리안쯔원이 레인 전환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아 베너마르스의 진로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리안쯔원에게 실격(Disqualification) 처분을 내렸습니다. 동시에 방해를 받은 베너마르스에게는 재경기(re-skate) 기회가 부여되었습니다.
이 판정 자체는 ISU 규정에 부합하는 올바른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재경기의 조건이었습니다. 베너마르스의 재경기는 모든 경기가 끝난 뒤 약 15분 후에 진행되었는데, 이때의 빙판은 수많은 선수들이 활주한 뒤라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깊이 파인 빙판(heavily cut-up track)"에서 홀로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재경기 결과 : 5위에 그친 안타까운 결말
재경기에 나선 베너마르스는 최선을 다했지만, 열악한 빙판 상태와 약 15분이라는 짧은 회복 시간이라는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재경기에서 기록한 시간은 1분 07초 58로, 기존 기록을 개선하지 못하고 최종 5위에 머물렀습니다. ISU 규정상 재경기에서의 기록과 원래 경기에서의 기록 중 더 좋은 기록이 최종 결과에 반영되지만, 두 기록 모두 메달권에 들지 못한 것입니다.
이날 남자 1000m 최종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순위 | 선수명 | 국가 | 기록 | 비고 |
| 🥇 1위 | 조던 스톨츠 | 미국 | 1:06.28 | 올림픽 신기록 |
| 🥈 2위 | 예닝 더 보 | 네덜란드 | 1:06.78 | |
| 🥉 3위 | 닝중옌 | 중국 | 1:07.34 | |
| 5위 | 요프 베너마르스 | 네덜란드 | 1:07.58 | 재경기 후 최종 |
| 실격 | 리안쯔원 | 중국 | - | 진로 방해 실격 |
이날 경기의 우승은 미국의 21세 신예 조던 스톨츠가 차지했습니다. 스톨츠는 1분 06초 28의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으며, 이는 1984년 이후 올림픽 남자 1000m 역사상 가장 큰 차이의 우승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예닝 더 보가 1분 06초 78로 은메달, 중국의 닝중옌이 1분 07초 34로 동메달을 차지했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 레인 크로싱 규칙 해설
이번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레인 크로싱(교차) 규칙을 알아야 합니다. 스피드스케이팅 400m 트랙은 이너 레인(안쪽)과 아우터 레인(바깥쪽) 두 개의 레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아우터 레인은 이너 레인보다 거리가 길기 때문에, 공정성을 위해 선수들은 매 바퀴마다 결승선 반대편 직선 구간(백스트레이트)에서 레인을 교차해야 합니다.
ISU 규정상 레인 크로싱 시 우선권은 아우터 레인에서 이너 레인으로 전환하는 선수에게 주어집니다. 이너 레인을 떠나는 선수(아우터로 가는 선수)는 상대방의 경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너 레인을 떠나는 선수에게 책임이 돌아갑니다. 상대 선수를 밀거나, 차단하거나,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실격 사유가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 리안쯔원은 이너 레인에서 아우터 레인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전환 타이밍을 너무 일찍 잡아 아우터에서 이너로 들어오는 베너마르스의 경로를 차단한 것입니다. 이는 ISU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것으로, 심판진의 실격 판정은 규정에 따른 정당한 결정이었습니다.
요프 베너마르스 : 아버지의 영광을 잇는 세계챔피언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요프 베너마르스는 네덜란드 달프센 출신의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 빙속 명가 네덜란드에서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의 아버지 에르번 베너마르스(Erben Wennemars)는 2003년과 2004년 세계선수권 1000m 금메달, 2006년 토리노 올림픽 1500m 동메달 등 통산 8개의 세계선수권 금메달과 2개의 올림픽 동메달을 획득한 전설적인 스피드스케이터입니다.
요프 베너마르스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2022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2025년 세계선수권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세계챔피언에 올랐습니다. 이는 아버지가 같은 종목에서 우승한 지 정확히 21년 만의 쾌거였습니다. 무릎 수술이라는 부상을 극복하고 세계 정상에 오른 그는, 2026 밀라노 올림픽에서 아버지를 넘어서는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었습니다.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절대 강국으로,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한 나라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닝 더 보가 남자 1000m 은메달을 차지했고, 여자 1000m에서는 유타 레이르담이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 페미케 콕이 은메달을 차지하며 빙속 강국의 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만큼 베너마르스에 대한 네덜란드 국민의 기대도 컸기에, 이번 방해 사건에 대한 분노도 더욱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 세계 빙속 관계자 및 팬들의 분노 반응
경기 직후 베너마르스의 분노는 빙판 위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직후 리안쯔원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항의했고, 이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는 팔을 내던지며 좌절감을 표출했습니다. 올림픽 메달, 나아가 올림픽 신기록이라는 꿈이 상대 선수의 비매너 플레이로 인해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네덜란드 동료 선수들의 반응도 즉각적이었습니다. 은메달을 획득한 예닝 더 보는 이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매우 씁쓸하다(very sour)"며 "지금 그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쓰라린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벨기에 출신으로 이날 17위를 기록한 마티아스 보스테(Mathias Vosté)는 더욱 직접적으로 비판하며 "이것은 매우 비신사적인 행위(very unsportsmanlike)"라고 말했습니다. 보스테는 "베너마르스의 메달이 빼앗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안쯔원)가 마치 베너마르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돌진했는데, 이런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사건을 크게 보도했습니다. TNT Sports는 "절대적인 악몽"이라는 표현으로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고, SportBible은 "세계챔피언 베너마르스, 올림픽 신기록 기회를 빼앗기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벨기에 스포츠 매체 Sporza는 "올림픽의 꿈이 산산조각 났다"고 표현하며 베너마르스의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습니다. 전 세계 빙속 팬들 역시 SNS 등을 통해 리안쯔원의 비매너 행위에 대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재경기 제도의 문제점 : 공정한 기회였는가
이번 사건에서 또 하나의 논란은 재경기 제도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ISU 규정에 따라 방해를 받은 선수에게 재경기 기회가 부여된 것 자체는 적절한 조치였지만, 재경기의 조건이 원래 경기와 동등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첫째, 빙판 상태의 문제입니다. 모든 조의 경기가 끝난 후 약 15분 뒤에 재경기가 진행되었는데, 이미 수많은 선수들이 활주한 빙판은 깊이 파여 원래 경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나빴습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빙판의 상태는 기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입니다.
둘째, 신체적·심리적 회복 시간의 문제입니다. 이미 한 번 전력 질주를 마친 상태에서 불과 15분 만에 다시 같은 강도의 경기를 치러야 했습니다. 1000m 경기는 약 1분 6~8초 동안 전력으로 질주하는 극도로 강도 높은 종목으로, 충분한 회복 없이 같은 수준의 퍼포먼스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경쟁 상대 부재의 문제입니다. 스피드스케이팅은 두 명이 나란히 경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재경기에서 베너마르스는 홀로 빙판을 달려야 했습니다. 옆에서 경쟁하는 상대가 없는 상태에서의 기록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의 기록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선수 올림픽 비매너 전력 : 2022 베이징 쇼트트랙 편파판정과의 비교
이번 리안쯔원의 방해 사건은 자연스럽게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의 쇼트트랙 편파판정 논란을 떠올리게 합니다. 당시 중국에서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대규모 판정 논란이 발생해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습니다.
2022년 2월 5일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석연치 않은 판정 속에 결승에 진출한 뒤 금메달을 차지했습니다. 미국과 러시아 올림픽위원회 선수단의 선수들이 중국 선수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되었는데, 이 판정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팬들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2022년 2월 7일에는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한국의 황대헌과 이준서가 각각 1조와 2조에서 결승 진출권을 확보하고도 실격 처리되는 충격적인 판정이 나왔습니다. NBC방송조차 "한국의 황대헌이 중국 선수들을 추월했지만 실격됐다"며 의아한 판정이라고 보도할 정도였습니다. 한국, 헝가리, 러시아,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편파판정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번 밀라노 올림픽의 리안쯔원 사건과 2022 베이징 올림픽의 편파판정 논란은 성격이 다릅니다. 베이징에서는 심판의 판정 자체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선수의 비매너 플레이가 문제였고 심판의 판정(실격)은 오히려 적절했습니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올림픽이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중국과 관련된 빙상 경기 논란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팬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향후 ISU 규정 강화 전망
이번 사건은 ISU의 레인 크로싱 관련 규정과 재경기 제도에 대한 개선 논의를 촉발시킬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규정에서도 진로 방해에 대한 실격 처분은 명확하지만, 재경기의 조건(빙판 상태, 회복 시간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재경기가 부여될 경우 빙판 정비(리서피싱) 후 진행하거나, 충분한 회복 시간을 보장하는 등의 규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또한 레인 전환 구간에서의 방해 행위에 대해 단순 실격을 넘어서는 추가 제재(출전 정지 등)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방해로 인해 메달 기회가 좌절된 경우, 피해 선수에게 보다 공정한 조건의 재경기를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될 수 있습니다. 올림픽 4년의 준비를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드는 비매너 플레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구체적인 제재 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빙속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마무리 : 올림픽 정신을 되새기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올림픽이라는 스포츠 최고의 무대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사례가 되었습니다. 세계챔피언 요프 베너마르스가 비매너 방해로 메달의 꿈을 잃은 것은 단순한 한 경기의 결과를 넘어, 스포츠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리안쯔원의 실격 판정은 적절했지만, 재경기의 조건이 피해 선수에게 충분히 공정하지 못했다는 점은 향후 ISU가 반드시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4년간의 피와 땀을 쏟은 선수의 올림픽이 상대의 비매너로 좌절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국제빙상경기연맹의 규정 강화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앞으로 남은 밀라노 올림픽 경기에서는 모든 선수들이 정정당당한 경쟁 속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